[행정] 위반사실확인서, 그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며 - 임해성 변호사
등록일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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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위반사실확인서’(내지 ‘사실확인서’)라는 문서를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행정조사 과정에서 조사담당자가 대상자에게서 관행처럼 받는 문서인데, 대상자가 ‘제가 이러이러한 위반행위를 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자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술하는 것이지요. 나중에 조사대상자가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하면 행정청은 위반사실확인서를 증거로 내놓게 되는데, 대법원 판례가 “확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작성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인정해주고 있어서(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두2864 판결 등) 행정청에게는 거의 필승 전략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확인서가 강제로 작성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을 강제로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만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런 상황이니 조사담당자들로서는 조사대상자에게 위반사실확인서를 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위반사실확인서 작성과 관련하여 ‘조사담당자로부터 사실과 다른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그러한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는 점입니다. 물론 조사대상자 측의 말만으로 실제로 강요, 압박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위반사실확인서의 내용이 다른 객관적 자료와 배치되어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사례들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보면, 조사담당자의 압박으로 인하여 사실과 다른 확인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는 모양입니다.
필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지인도 조사담당자로부터 “위반사실확인서에 서명하시라. 서명하지 않겠다면 조사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지인은 처음 당해보는 조사에 두려운 마음을 부여잡고 위반사실 목록에 쓰여진 항목들 중 기억이 나는 일부에 대하여는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하였지만, 조사담당자들은 그저 자신들이 내민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종용하였다는 것입니다. 조사로 인해 영업에 큰 지장을 받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터라 ‘그냥 서명을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왠지 섣불리 서명을 하게 되면 더 큰 일을 당할 것 같아 끝까지 서명을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필자는 이후 위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서명을 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필자가 처분 취소소송을 대리하였던 어떤 의뢰인은 조사담당자가 내민 확인서 내용 중에서 사실무근의 부분을 발견하였지만,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끼고 조사담당자가 불러주는 대로 자필 확인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후 내려진 행정처분에 대해 위 의뢰인은 저희 로고스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필자를 비롯한 여러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해 법리를 다투어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을 뒤엎고 ‘행정처분이 상당 부분 위법하다’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이끌어 냈으나, 자필 확인서에 기재된 위 사실무근의 일부 내용만은 결국 번복되지 않아 그 부분에 관하여는 행정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되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위반사실확인서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처분을 당할 위기에 있는 일반 국민은 당장 ‘조사범위를 늘리겠다’, ‘추가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식의 말을 들으면 눈앞이 깜깜해지고 ‘조금 억울한 내용이 있더라도 일단 시키는 대로 위반사실확인서에 서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사실과 다른 확인서를 쓰는 순간, 조사대상자가 권리구제를 받기는 매우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당황스럽더라도 조사담당자가 내미는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여 ‘적혀 있는 위반사항을 모두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인정할 수 없거나 알지 못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조사담당자에게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여 해당 부분을 삭제하도록 요청하고, 조사담당자가 삭제를 거부한다면 서명 또는 작성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적어도 위반사실확인서에 서명하기 전에 변호사에게 꼭 물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국민이 변호사의 법률적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존재합니다.
그리고 만약 “실수로” 사실과 다른 확인서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면,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줄 수 있는 다른 객관적 자료나 관련자의 진술서 등을 확보하고, 가능하다면 ‘조사담당자가 사실확인서 작성 또는 서명을 압박·강요하였음’을 보여주는 CCTV 영상 등을 보관해두어야만 추후 법적 절차를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임해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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