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신속한 심리의 역설: 노동위원회의 실질적 심문은 가능한가 - 조원익 변호사
등록일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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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는 우리나라 노동분쟁 해결의 핵심 기구다. 법원을 통한 소송보다 신속하고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많은 근로자와 사용자들이 노동위원회 절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속성’이 오히려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노동위원회 심판 사건은 원칙적으로 사건 접수 후 60일 이내에 종결되며, 실질적인 심리는 단 한 차례, 1~2시간 남짓한 심문회의에서 이루어진다. 같은 날 바로 판정회의가 열려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도 많다. 노동위원회가 ‘신속한 분쟁 해결’을 강조하는 만큼, 이 같은 절차가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복잡한 쟁점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실제 노동분쟁 사건 중 상당수는 법률적 쟁점이 단순하지 않다. 부당해고, 근로자성 여부, 차별적 처우 등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 정황을 면밀히 살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조사 과정은 서면 검토 위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실조사 및 증거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증인신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심문회의의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실질적인 활용이 어렵다.
또한, 노동위원회의 위원 구성 역시 신뢰성 문제를 야기한다. 위원들은 주로 변호사, 교수, 전직 노동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지만, 노동법 전문가가 아닐 수도 있고, 개별 사건에 대한 법리적 접근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상임위원을 제외한 공익위원들은 본업이 따로 있어 사건에 전념하기 어렵고, 노동위원회의 심리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판단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노동위원회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치지 못한 사건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오히려 노동자나 사용자 모두에게 더 큰 시간적·금전적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애초에 노동위원회가 노동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문제는 노동위원회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다.
노동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와 사용자를 보호하는 기관이 되려면, ‘신속성’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지는 형식적 심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심문회의의 시간을 늘리고, 충분한 사실조사를 보장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 격언은 적어도 현재 노동위원회 시스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신속함이 정의를 앞설 수는 없다.
조원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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