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시대, 인간을 지키는 힘 - 전령현 변호사
등록일 2025.06.04
조회수 202
요즘 우리는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법률 계약서를 작성하며,
심지어 어느 정도의 심리 상담까지 제공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앞으로는 AI만 잘 다루면 된다”,
“文科는 없어질 것이다”, “선생님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법조인이라는 직업도 상당 부분 AI에 대체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 앞에서, 많은 이들이 직업적 불안과 존재적 위기를 느낀다.
인간이 해오던 수많은 일들이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우리는 근본적인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만이 가지는 힘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1. 지혜
: 올바르게 질문하는 힘.
플라톤의 「카르미데스(Charmides)」에서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과 ‘지혜란 무엇인가’를 논한다.
젊은이들은 지혜를 ‘침착’, ‘겸손’, ‘자기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답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 정의들이 모두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그는 지혜를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자기 무지를 지각하는 것, 그것이 참된 지혜라는 것이다.
AI가 만능처럼 여겨지는 오늘날, 이 교훈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거나 반성하는 능력은 없다.
AI는 학습된 패턴을 반복할 뿐,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는 AI가 제공하는 답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선과 악, 정의와 부정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
AI는‘문화마다 다르다’, ‘정답은 없다’는 식의 상대주의적 답변을 내놓는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라는 태도는 겉보기에 포용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옳고 그름 자체를 부정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이는 사회적 합의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판단을 모호하게 만든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인간의 역할이 더욱 분명해진다.
인간은 AI가 제공하는 답변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질문할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AI는 주어진 질문에 대해 최적의 답을 찾을 뿐이다.
그러므로 질문이 깊고 본질적일 때에야 AI가 제공하는 답변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질문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해도 깊이 있는 답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그러니, 인간은 끊임없이 배우고, 책을 읽고, 사유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성찰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자신의 무지를 지각하고, 시대를 향해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
바로 이것이 AI 시대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참된 지혜이다.
2. 믿음
: 기준을 세우는 힘
오늘날 우리는 쉽게 ‘포용’과 ‘관용’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정한 관용은 모든 주장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컨대 어떤 이가‘과학적 사실보다 종교적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적 신념이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거나, 공공정책의 기준까지 대체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진정한 관용이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강압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성숙된 관용이자, 동시에 인간다운 믿음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AI 시대에는 믿음의 힘이 더욱 절실해진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쏟아내지만, 그 정보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결국 인간의 판단에 달려있다.
계약서 초안 작성, 판례 검색, 재판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법적 판단의 최종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
다수가 믿는 것이 꼭 진실이라고 하기 어렵듯이, 정보의 양이 많다고 해서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더욱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애를 써야 한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지를 인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흔들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기준을 잃지 않고 중심을 지켜내는 힘,
바로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믿음이다.
결국 믿음은 자기 자신을 지켜 내는 일로 완성된다.
3. 선택
: 결단할 수 있는 힘
AI 시대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과제가 ‘선택’의 문제이다.
AI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중대한 순간에 최종적인 선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더욱이 정보가 많아질수록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결정 장애’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현대인은 넘치는 선택지 앞에서 방향을 잃고 서성이는 경우가 많다.
결정에 대해서는 AI가 최적화된 답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삶의 정답을 대신 내려줄 수는 없다.
삶의 선택과 결정은 결국 각자가 가진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에 따라 내려지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선택은 결코 ‘단순한 이익 계산’만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내면의 용기와 믿음에 따라 결정된다.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평소 읽고 사유해 온 책들과 경험들이 쌓여,
마침내 ‘믿음’과 ‘용기’가 그 바탕이 되어‘선택’과 ‘결정’을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사회 정의를 지키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침묵할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AI는 ‘진정한’ 답을 줄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AI가 모든 문제를 답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인간의 주체성을 약화시킨다.
나는 한번,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캡처해 AI에게 보여주고,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AI는 얼추 표면적인 감정을 읽어냈지만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내 마음의 깊이는 누구도 모른다. 나만 안다.
그러니,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인간은 AI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우월한 존재일 뿐이다.
사람들이 점점 사랑까지도 AI에게 맡겨버릴까 봐 겁이 난다.
플라톤이 기록한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2,400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말을 건넨다.
인간은 스스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기술을 뛰어넘는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결국, AI 시대는 문과 교양이 더욱 필요해진 시대다.
인간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힘,
그것은 결코 AI가 대신할 수 없다.
질문하고, 믿고, 선택하는 힘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 인간을 지키는 힘 ] - 전령현 중국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