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소송수행 후 의뢰인께서 보내오신 자필소감 - 최가경 변호사
등록일 2025.01.02
조회수 768





파트너 변호사님께서 다급히 찾으셨다. 이혼 사건을 담당해달라고 요청하셨다. 쉽지만은 않은 사건이라 하셨다. 미팅에 들어가 보니 그 사건은 이미 다른 로펌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었다. 의뢰인은 다른 로펌의 소송 진행에 불만을 품고 오신 분이었다. 상대방의 대리인은 TV에서 뵐 수 있는 이혼 소송 전문 변호사였다. 파트너 변호사님은 의뢰인에게 ‘사건이 많이 기울어져 있어 최선을 다해 균형을 맞추어 보겠다’고 하셨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2. 기울어진 소송을 담당하다.
사건 기록을 검토해보니, 사건이 의뢰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역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뢰인은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소송을 시작한 반면, 상대방은 이미 여러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래선지 의뢰인과 이전 로펌은 무리수를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아닌 자녀와의 대화 녹음을 법정에 제출한 것이다. 자녀가 의뢰인 편을 열심히 들어주고, 상대방을 비난한 녹음 파일이었다. 가사 재판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다. 가사 재판에서 대부분의 판사는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삼기 때문이다. 자녀를 소송에 이용한 것인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지 않는다.
3. 역전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다.
먼저 위 대법원 입장에 충실하여, 아이와 관련된 모든 증거를 재판 과정에서 배제했다. 그리고 의뢰인은 본 소송에서 아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반성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현했다. 다음으로 이미 제출된 의뢰인 및 상대방의 각 서면을 철저히 분석했다. 양측의 서면에서 가장 중요한 주장을 추려내고, 우리 측의 강점이자 상대방의 약점을 명확히 파악한 후 맹공했다. 특히 상대방의 서면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다.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최대한 찾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기존에 제출된 증거 중 아이와 관련된 것을 배제하고 유리한 증거를 다시 설명했다. 더하여 소송 이전에 의뢰인이 수집해 둔 모든 증거를 재검토한 뒤, 새롭고 유력한 증거를 추가로 제시했다.
4. 역전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역전을 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준비서면을 2개로 나누어 작성했는데, 총 70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서면이 나왔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면 분량을 더 작성해야 상당한 설득력을 갖춘 서면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판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에 ‘재산분할 기여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위한 서면을 제출하고자 한다. 재판기일을 한 번만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의뢰인이 로펌까지 바꾸어 가며 재판을 지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억울했다. 오히려 바뀐 로펌의 부담감은 고려되지 않은 의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재판부에 얼마나 열심히 작성했는지 의뢰인과의 수십통의 통화와 그 통화마다의 시간까지 일일이 나열한 서면을 작성해 재판 당일에 제출했다. 재판 출석해보니 다행히 재판부의 의심은 누그러진 모양새다. 그런데 재판은 추가로 잡아주지 않고 선고기일을 잡았다.
재판부는 소송 중 부모들의 극심한 비난 가운데 아이가 노출되어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다는 조사관의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빨리 사건을 끝내는 것이 아이의 상태에 가장 좋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아이를 진심으로 여기는 판사를 만났다는 생각에 결과를 떠나 안도했고 나아가 감탄했다. 나 역시도 진심으로 판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고 별다른 수가 없기도 했다.
1) 실무상 30면이 넘어가면 분량이 많은 서면으로 본다.
5. 집중하여 원하는 수준으로 서면을 준비하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늦어도 판결 선고기일 1주일 전까지2) 제출해야 하는 참고서면3) 작성에 큰 공을 들이는 것이다. 한 번뿐인 기회라 여겨 집중했다. 원하는 수준의 서면이 완성되었다. 판결 선고기일을 10일 남겨두고 서면을 제출했다. 이제 의뢰인이 하고 싶은 말은 재판부에 모두 전달했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상대방은 판결 선고 1주 전에도 서면을 제출하지 않다가, 선고 5일을 남겨두고 35면 분량의 서면을 제출했다. 상대방은 재판부가 판결문을 1주 전에 작성해두어 상대방의 마지막 참고서면을 판결에 반영하지 않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우리 측에 반박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2) 선고기일 1주도 안 남으면 재판부가 판결문을 이미 작성한 상태일 수 있어서, 실무에선 보통 늦어도 선고기일 1주일 전까지 서면을 제출한다.
3) 변론기일 전에 제출하는 서면을 ‘준비서면’이라 칭하고, 선고기일 전에 제출하는 서면을 ‘참고서면’이라 칭한다.
6.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
상대방의 서면을 받자마자 의뢰인과 함께 주말을 포함한 3박 4일 동안 밤을 새워가며 재반박 서면을 준비했다. 기어코 두 번째 참고서면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고, 선고기일 하루 전 법원에 제출하였다.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후련함을 느꼈다.
7. 역전에 성공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팅 당시 의뢰인이 받아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한 금액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판결로 받게 되어 오히려 민망했다. 이는 마지막까지 혼인 파탄사유 및 부부의 혼인 생활 동안 재산형성의 기여도에 있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장한 결과, 의뢰인의 재산분할 비율이 최대치보다 5% 높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는 재판 전날까지 ‘귀책사유는 상대측에, 가사 기여는 우리 측에 있다’는 것을 최대한 재판부에 전달하고자 한 것이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인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판결문에 언급은 없으니 재판부의 심증은 알 길이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4) 이는 의뢰인이 대법원의 입장 중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부동산이 특유재산성이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이다.
최가경 변호사
TEL 02-2188-2842
FAX 02-2188-1095
E.MAIL gkchoi@lawlogos.com
#법무법인로고스, #로고스, #최가경변호사, #최가경, #가사, #자필소감, #이혼, #증거, #역전, #양육, #미성년, #자녀, #이혼사유, #부정행위, #부당대우, #재산분할, #참작사유, #귀책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