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변호사가 전하는 “K-팝의 거물, 자본의 함정에 빠지다” - 하이브(HYBE) 사건을 통해 본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고찰
등록일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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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변호사가 전하는 “K-팝의 거물, 자본의 함정에 빠지다”
- 하이브(HYBE) 사건을 통해 본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고찰
하이브 사건의 본질: 화려한 무대 뒤, 가려진 탐욕의 민낯
화려한 무대 위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를 열광시킬 때, 그 무대를 지탱하는 자본의 생리는 때때로 안개 속에 감추어지곤 합니다. 선율은 아름답고 팬들의 함성은 뜨겁지만, 그 이면에서 ‘거짓’의 가면을 쓴 이해관계자가 장부 위 숫자를 치밀하게 저울질할 때 우리가 기대했던 시장의 공정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최근 사회적 충격을 안긴 하이브(HYBE) 사건은, 가장 투명해야 할 기업 상장 과정이 개인의 탐욕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시장에서 ‘정보’는 곧 생명입니다. 특히 기업 공개(IPO)를 앞둔 비상장 기업의 가치 판단에 있어, ‘상장 계획의 유무’는 투자자가 자산을 보유할지 혹은 매각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지표가 됩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방시혁 의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현재까지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앞두고, 기존 주주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기망하여 지분을 특정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사모펀드와 비공개 계약을 맺어 상장 후 매각 차익의 30%를 직접 돌려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입니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이 취한 부당이득은 무려 1,900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넘어 시스템의 설계자가 직접 시스템을 교란하여 타인의 기회비용을 약탈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엄중함이 매우 큽니다.
사기적 부정거래, 그 법적 실체와 경계선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는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하여 다음의 유형의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1)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 사용, (2) 중요사항에 관한 허위표시 또는 중요사항 누락 문서 사용으로 재산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 (3) 거래 유인을 위한 거짓 시세 이용, (4) 거래 목적 또는 시세변동 목적의 풍문 유포, 위계 사용. 따라서 본 사건의 법리적 핵심은, “상장 계획 없다”는 진술이 ‘중요사항에 관한 허위의 표시’에 해당하는가에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판례에 따르면 ‘중요사항’이란 “투자자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기업의 재산 및 경영 상태는 물론 투자자 보호를 필요한 정보를 포함합니다. 기업의 상장 여부(상장 예정/ 상장 추진/ 상장 무산)는 주식 가치를 수십 배로 폭등시킬 수 있는 핵심 정보이므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중요사항’으로 평가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법원은 "타인에게 오인을 유발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기망적 행위"를 사기적 부정거래의 전형으로 판단합니다. 방 의장이 사모펀드와 맺은 ‘수익 배분 약정’이 상장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상장 계획을 부인한 행위는 허위사실 유포이자 위계에 해당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자본시장법은 이러한 불공정 거래로 인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여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법 Rule 10b-5와 뉴욕 증시의 파수꾼들
자본시장의 부정거래를 엄단하려는 의지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뉴욕 증시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더욱 촘촘한 그물망으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합니다. 미국 증권법의 핵심인 Rule 10b-5는 증권 매매와 관련된 어떠한 기망 행위나 중요 사실의 누락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의 시선: 사적 계약의 자유인가, 시장 윤리의 파괴인가?
하이브 측은 “주주 간의 사적인 계약일 뿐이며 일반 주주에게 피해가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논리라고 보여집니다. 최대주주가 상장 과정에서 이면 계약을 통해 보호예수 제도를 회피하고 허위 정보로 시세 차익을 독식하려는 행위가 용인된다면, 시장의 공적 신뢰는 붕괴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에서의 ‘사적 계약의 자유’는 반드시 ‘공공의 신뢰’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존립할 수 있습니다. 타인을 기망하여 얻은 이익을 계약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순간, 시장은 공정한 거래의 장이 아닌 양육강식의 정글로 전락합니다.
결어: ‘게이트키퍼’로서 법률가의 역할
자본시장은 숫자로 쓰인 거대한 약속의 장입니다. 그 약속이 깨질 때, 우리는 단순히 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습니다. 금융 범죄의 역사에서 인간의 탐욕은 늘 새로운 기술과 복잡한 계약의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탐욕은 때로 선이 아니다”는 전 뉴욕 남부연방검사장 프릿 바라라(Preet Bharara)가 언급처럼,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이들이 도덕적 불감증에 빠지는 것을 막는 파수꾼의 존재는 필수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금융감독기관의 공식적 역할과 별도로 법률가 또한 단순히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문가를 넘어 자본시장의 무결성을 지키는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되어야 합니다. 벤자민 카도조 판사가 강조했듯이, 금융의 수탁자는 “단순한 정직함을 넘어 명예의 결벽성(punctilio of an honor)”을 지켜야 하며,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의뢰인이 이러한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고해야 합니다.
하이브 사건은 향후 치열한 사법적 판단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에게 이미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K-컬처의 화려한 성공이 오직 ‘결과’로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그 ‘과정’ 또한 투명한 정의의 빛 속에 있어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시장의 파수꾼들이 깨어 있을 때, 자본의 숲은 비로소 탐욕의 그늘을 벗어나 정직한 성장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소중한 교훈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