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윤 변호사 K-뷰티 칼럼]제7편: [위탁 생산 책임 분담] OEM/ODM 계약서, 분쟁의 씨앗을 미리 제거하라
등록일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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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윤 변호사의 K-뷰티 법률 솔루션] 글로벌 시장의 승자가 되는 법
Volume 3. 제조 및 유통 관련 계약(OEM/ODM) 리스크
제7편: [위탁 생산 책임 분담] OEM/ODM 계약서, 분쟁의 씨앗을 미리 제거하라
위탁 생산 책임 분담 및 하자의 법리적 판단
도입: K-뷰티 ‘에셋 라이트’ 전략의 법적 명암
전 세계 화장품 산업은 현재 브랜드 기획과 제조가 분리되는 거대한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대형 화장품 기업들이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추고 원료 수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통제하는 ‘수직 계열화’ 방식을 고수했다면, 현대의 시장 환경은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및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모델은 이제 산업의 표준(Standard)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K-뷰티로 대변되는 한국 시장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며, 대부분의 신생 브랜드와 인디 브랜드들이 자체 공장 없이 위탁 생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브랜드사는 에셋 라이트 전략을 통해 마케팅과 유통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성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과 통제권의 분산이라는 고유한 리스크가 숨어 있습니다.
- 품질 관리 의존: 브랜드사는 제조 공정의 세부적인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렵기 때문에 품질 관리와 원료의 안전성 확보라는 중대한 책임을 제조사의 역량에 의존해야 합니다.
- 즉각 대응의 한계: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결함, 납기 지연, 용기 및 포장재 불량 등의 문제는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고,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의 치명적인 타격으로 직결됩니다.
- 공급망의 복잡성: 공급망 관리의 복잡성이 증대됨에 따라 당사자 간의 이해상충이 빈번해지며,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원인이 됩니다.
위탁 생산 체제에서 제조사와 브랜드사의 관계는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법적 토대 위에 서 있습니다. 생산의 외주화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정교한 법률적 장치가 필수적입니다.
위탁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 소재 규명과 손해배상 법리는 계약서의 정밀도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립니다. 명확하지 않은 조항은 결국 긴 법적 공방과 막대한 비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밀하게 설계된 계약서는 리스크를 방어하는 최선의 수단이자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납기 지연 리스크: 지체상금 조항의 설계와 법원의 감액 기준
화장품 산업에서 ‘속도’는 곧 수익성과 직결됩니다. 트렌드의 주기가 짧고 계절적 요인이 강한 시장 특성상, 단 며칠의 납기 지연도 단순한 물류 차질을 넘어 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법적 분쟁으로 번지곤 합니다.
- 마케팅 기회 상실: 여름 자외선 차단제나 연말 선물 세트처럼 특정 시즌을 겨냥한 대규모 캠페인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 유통 플랫폼 패널티: 올리브영, 쿠팡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약속된 입점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거액의 패널티 부과나 입점 취소 리스크를 안게 됩니다.
- 신뢰도 하락: 시장 진입 시점이 늦어지며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무형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납기 지연으로 발생한 무형의 손해를 사후에 객관적인 금액으로 입증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서에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지체상금(Liquidated Damages) 조항입니다.
- 손해배상액의 예정: 지체상금은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미리 배상액을 정해두는 것으로, 브랜드사는 실제 손해액을 별도로 증명하지 않아도 지연 일수에 따라 약정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분쟁의 신속한 종결: 제조사의 귀책 사유와 지연 일수만 확인되면 즉각 청구가 가능하므로 법적 공방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입증 책임의 완화: 명확한 조항이 없으면 브랜드사가 제조사의 과실과 구체적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높은 지체상금률을 기재했다고 해서 그 금액이 전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213090 판결 등에 따르면 법원은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약정액이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이를 감액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사와 제조사 사이의 협상력 차이
위탁 생산 계약의 산업적 중요성
해당 요율을 정한 합리적 근거
총 납품 대금과 지체상금 총액의 비율
계약 당시 예상된 손해 규모
업계의 통상 요율과 시장 상황
불가항력 등 납기 지연의 구체적 사정
법원 단계에서 조항의 효력을 온전히 보호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높은 요율을 고집하기보다 전체 계약 금액의 10~20% 내외로 상한선(Cap)을 설정하거나 단계별 부과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국가계약법령에서는 지체상금의 상한을 계약금액의 30%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는 국가계약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민간 계약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민간 계약에서는 당사자 간 합의로 상한을 설정하여 법원의 감액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브랜드사의 부자재 공급 지연이나 컨펌 지연 시 납기 의무를 면해주는 면책 특약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다만 수급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가 실제로 일정 기간 업무 진행을 불가능하게 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단순한 지연 가능성은 지체일수 공제가 아닌 감액 사유로만 고려될 수 있습니다.
제품 하자 리스크: 충진 불량 및 용량 부족의 과학적 판단법
화장품과 같은 액상 제형은 점도와 비중이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량 양산 설비에서 주입할 때 물리적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용량 부족이나 내용물 넘침 현상은 브랜드사와 제조사 간의 빈번한 분쟁 원인이 됩니다.
- 입증의 어려움: 불량의 원인이 제조사의 충진 공정상 과실인지, 용기 제조업체가 제공한 용기의 구조적 결함인지를 규명하려면 고도의 기술적 입증이 필요합니다.
- 주요 분쟁 유형: 내용물 정량 미달, 기포 발생, 충진 후 변질, 펌프 작동 불량과 누수 등이 주요 쟁점입니다.
- 책임 분담의 모호성: 용기를 브랜드사가 직접 구매하여 공급했는지, 제조사가 조달했는지에 따라 적합성 테스트 수행 여부가 책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수원지방법원 2022가단551585 사건에서 브랜드사는 250g의 내용물을 담았을 때 용기 밖으로 넘치는 현상이 발생하자 용기 불량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초도 납품 당시 실시한 1차 시험의 합격 기준을 후속 납품 용기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았습니다.
- 비중과 부피의 함수: 해당 내용물의 비중이 1.021인 점을 고려하면 목표 질량 250g은 부피로 약 244.86ml에 해당합니다.
- 판결 요지: 용기가 환산된 부피인 약 244.86ml를 정상적으로 담을 수 있는 규격을 충족했다면, 250g을 무리하게 주입하여 넘친 것은 용기의 하자가 아니라 내용물의 비중 변화나 무리한 충진의 결과라고 보아 브랜드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상세 수치 병기: 스펙 시트에는 특정 온도에서의 비중(Specific Gravity)과 이에 따른 절대 부피(ml)를 허용 오차 범위(Tolerance)와 함께 명시해야 합니다.
- 기준선 설정: 초도 양산품에 대한 상용성 시험 성적서는 후속 납품 제품의 품질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양 당사자가 결과를 서면으로 교환하고 서명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 하도급법 준수: 단가 조정이나 하자 보수 타임라인 설정 시 객관적인 산출 근거를 토대로 협의해야 합니다. 하자를 이유로 한 감액이라도 손해 발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수급사업자의 과오를 이유로 하면 부당 감액에 해당할 수 있으며,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를 정하는 행위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 책임 제한과 ‘확대 손해’ 방어
품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많은 브랜드사가 제조사에 100%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검수 의무와 손해 확대 방지 의무를 고려하여 책임 비율을 정밀하게 조정합니다.
법원은 불량품 발생 시 제조사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기보다 브랜드사의 과실 여부도 함께 따지는 과실상계 원칙을 적용합니다. 민법 제396조에 따라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합니다.
- 브랜드사의 검수 의무: 상인 간 매매에서는 목적물을 수령한 후 지체 없이 검사하고 하자나 수량 부족을 발견한 경우 즉시 통지해야 합니다. 즉시 발견하기 어려운 하자도 수령 후 6개월 이내에 발견하여 통지하지 않으면 권리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입고 검수와 서면 통지 절차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 손해 확대의 책임: 브랜드사가 불량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강행했거나 소비자 안내를 지연해 피해를 키웠다면 제조사의 배상 범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 품질 책임의 구분: 제조상의 결함은 원칙적으로 제조사가 책임지지만 유통 과정에서의 보관 부주의나 오염은 브랜드사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화장품 외주 생산 관련 분쟁에서 법원은 제조사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브랜드사의 검수 의무 해태나 관리 소홀 등 귀책사유를 고려하여 제조사의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납품된 의류에 하자가 있었던 사건에서는 브랜드사의 검수 소홀 등을 고려해 책임을 일부 제한했고, 타일 납품 불량 사건에서도 확인 지연 등을 고려하여 제조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사례가 있습니다.
- 시사점: 제조사의 과실이 명백하더라도 브랜드사가 품질 감사(Audit) 기록이나 입고 검수 절차를 서면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손해액의 상당 부분을 직접 부담할 수 있습니다.
- 확대 손해의 범주: 제품 회수 및 폐기 비용, 소비자 상해에 따른 치료비와 위자료, 유통 플랫폼의 납기 지연 패널티,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따른 영업 손실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브랜드사의 방어 전략: 계약서에 확대 손해에 관한 명시적 약정이 없으면 간접 손해나 영업 손실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조사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 리콜 비용과 소비자 배상액 등 확대 손해를 제조사가 부담한다는 구상권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해야 합니다.
- 제조사의 방어 전략: 제조사는 손해배상 상한을 해당 로트(Lot)의 납품 대금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책임 제한 조항이 약관에 해당하면서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개별 협상을 통해 명시적으로 합의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결론: ‘계약의 안전성’이 곧 브랜드의 경쟁력이다
화장품 비즈니스의 성공은 독보적인 제품력만큼이나 견고한 계약의 안전성에 달려 있습니다. 제조와 유통이 전 지구적으로 분절화된 현대의 생태계에서 정교한 계약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보존하고 리스크를 방어하는 최전선입니다.
제조사와의 계약은 단순한 물건의 납품을 넘어 품질 보증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명확히 규정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정기적인 품질 감사(Audit) 권한을 확보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리스크를 방어하는 핵심 자산이 됩니다.
품질 문제는 제조상의 결함과 유통 과정상의 문제로 명확히 구분하여 각각의 주체가 책임질 영역을 계약서에 상세히 규정해야 합니다.
- 하자의 통지: 하자가 발견된 경우 브랜드사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즉시 발견 가능한 하자는 즉시, 즉시 발견하기 어려운 하자는 수령 후 6개월 이내라는 상법상 기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 후속 조치의 완료: 통지를 받은 제조사가 일정 기간 내 제품 교환이나 환불 등 필요한 조치를 완료하도록 구체적인 기한을 정하고, 기한 내 조치하지 않으면 브랜드사가 직접 조치한 후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2차 피해 방지: 명확한 대응 타임라인은 제조사의 책임 회피를 방지하고 브랜드사가 유통 플랫폼이나 소비자에게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어막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