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약 실무 1]폐지된 「계약법」을 인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 전령현 변호사
등록일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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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중국 관련 계약 실무를 다루다 보면, 여전히 「중화인민공화국 계약법(合同法)」을 근거로 작성된 자료와 계약서 양식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러나 실무자와 법조인이 우선 분명히 인식해야 할 사실이 있다. 현행 중국법 체계에서 「계약법」은 이미 폐지된 법률이며, 계약에 관한 규율은 「민법전(民法典)」 계약편으로 이관되었다는 점이다.
민법전 시행과 계약법의 폐지
「중화인민공화국 민법전」은 2020년 5월 28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에서 통과되어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민법전의 시행과 동시에, 종래 개별 단행법으로 존재하던 계약법·물권법·담보법·혼인법·상속법·침권책임법·민법통칙·입양법 및 민법총칙이 폐지되고 민법전 체계로 통합되었다.
민법전 시행일: 2021년 1월 1일
계약에 관한 현행 규율: 민법전 제3편 계약편(合同編)
이에 따라 계약에 관한 규율은 민법전 제3편 계약편(合同編)이 담당한다. 계약편은 통칙, 전형계약(典型合同), 준계약(準合同)의 3개 분편(分編)으로 구성되며, 무인관리(無因管理), 부당이득(不當得利) 등 종래 채권법 영역의 일부가 준계약으로 계약편에 편입된 점도 체계상 주목할 만하다.
실무상 유의미한 변화 : 사정변경 원칙(제533조)
계약편이 옛 계약법의 규율을 상당 부분 승계하였으나, 실무상 적용 결과가 달라지는 변화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사정변경(情勢變更) 원칙의 정식 입법화이다.
종래 「계약법」에는 사정변경을 규율하는 명문 조항이 없었고, 그 근거는 「계약법 사법해석(2)」 제26조에 두어져 있었다. 민법전은 이를 제533조에 정식으로 명문화하는 한편, 다음과 같은 실무상 중요한 변화를 도입하였다.
사정변경으로 불이익을 입은 당사자는 곧바로 사법적 구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과 재협상할 수 있으며, 합리적 기간 내에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원 또는 중재기관에 변경·해제를 청구한다.
종래 「계약법 사법해석(2)」 제26조는 변경·해제의 판단 주체를 “인민법원”으로만 규정하였으나, 제533조는 “인민법원 또는 중재기관(仲裁機構)”으로 이를 확대하였다. 중재는 당사자 의사자치에 기초하는바, 계약에 중재조항이 있는 경우 법원의 관할이 배제될 수 있음에도, 종전에는 중재판정부가 사정변경을 근거로 계약을 변경·해제할 명시적 법적 근거가 미비하였다. 제533조는 중재기관에 그 권한을 명문으로 부여함으로써, 중재조항을 둔 국제계약에서 사정변경에 대한 구제 경로를 정합적으로 정비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의의가 크다.
종전 사법해석은 사정변경을 “불가항력으로 인하지 아니한(非不可抗力造成的)” 중대한 변화로 한정하여 불가항력과 사정변경을 상호 배타적으로 이원화하였고, 이는 실무상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하였다. 제533조는 이 문구를 두지 아니함으로써, 불가항력적 사정이 동시에 사정변경을 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민법전 제533조의 주요 변화
① 당사자 간 재협상 절차 명문화
② 인민법원뿐 아니라 중재기관에도 변경·해제 판단 권한 부여
③ 불가항력과 사정변경의 관계를 탄력적으로 판단할 여지 확대
한국 기업이 당사자인 장기 공급계약 등에서, 예견 불가능하고 상업적 위험에 속하지 아니하는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여 계약의 계속 이행이 일방에게 현저히 불공평하게 된 경우, 이제는 제533조라는 법률상 명확한 근거에 기하여 재협상 또는 변경·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 이는 상대방 역시 원용할 수 있는 규율이므로, 계약 검토 및 분쟁 대응 시 양방향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폐지된 법령 인용의 위험
계약 실무에서 근거 조문은 곧 주장의 정당성과 방어의 기초를 이룬다. 이미 폐지된 「계약법」의 조문을 인용하여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주장을 구성하는 경우, 분쟁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근거가 실효되었거나 규율 내용이 변경되어 있을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한 조문 번호의 문제가 아니라, 적용 규범 자체가 달라져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를 요한다. 특히 종전 계약서 양식의 무비판적 재사용, 최신 조문 대조 없는 자체 검토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회사 또는 개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 첫걸음은 하나이다. 「중국 계약법」이 아니라, 「중국 민법전」 계약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여도 이미 많은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자 한다. 이 계약, 도대체 언제 성립한 것일까? 서명 또는 날인을 하지 아니하였는데도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가 있는가? 주고받은 이메일만으로 계약이 성립된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들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중국 계약 실무 2]에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