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약 실무 4]중국 측이 내미는 ‘표준계약서’ 그대로 서명해도 될까요? - 전령현 변호사
등록일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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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중국의 큰 회사나 플랫폼과 거래하다 보면, 상대가 자기들이 미리 만들어 둔 계약서를 내밀며 “이건 저희 표준 양식입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상 여지 없이 “여기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하는 그 계약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상대에게 유리하고 나에게 불리한 조항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조항을 중국법에서는 표준계약조항(格式条款)이라고 부르고, 민법전은 여기에 특별한 규칙을 두고 있습니다. 이 규칙을 알아두면, 불리한 조항에 무작정 끌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표준계약조항이란
민법전은 표준계약조항을 “한쪽이 반복해서 쓰려고 미리 만들어 두고, 계약할 때 상대와 협상하지 않은 조항”으로 정의합니다(제496조).
은행, 보험사, 통신사, 플랫폼처럼 힘이 센 쪽이 주로 사용하죠. 편리하지만, 잘못하면 이른바 “불공정 약관”이 될 수 있습니다.
편입통제: 계약에 들어올 수 있느냐
내용통제: 내용이 유효하냐
해석통제: 어떻게 해석하느냐
중국 민법전은 이 표준조항을 위 세 가지 방향에서 통제합니다.
첫째, 설명 안 한 불리한 조항은 계약에서 빠질 수 있다
표준조항을 제공하는 쪽은, 상대에게 중대한 이해관계가 있는 조항, 특히 자기 책임을 면제하거나 줄이는 조항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상대가 요구하면 설명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상대가 그 조항을 알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다면, 상대는 “그 조항은 계약 내용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민법전 제496조
슬쩍 끼워 넣고 설명하지 않은 불리한 조항은 계약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즉, 표준계약서를 제공한 쪽이 불리한 조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 그 조항의 편입 자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예 무효가 되는 조항도 있다
민법전 제497조에 따르면 일정한 표준조항은 무효입니다.
① 무효 사유, 예컨대 강행규정 위반 등에 해당하는 경우
② 제공자가 불합리하게 자기 책임을 면제·경감하거나, 상대의 책임을 가중하거나, 상대의 주요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③ 상대의 주요 권리를 배제하는 경우
특히 상대방의 인신 손해에 대한 면책 조항,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입힌 재산 손해에 대한 면책 조항은 무효입니다(제506조).
예를 들어 “이 상품은 판매 후 어떠한 경우에도 교환·환불이 안 된다” 같은 조항은 상대의 주요 권리를 부당하게 없애는 것이라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애매하면 만든 쪽에 불리하게 해석한다
표준조항의 뜻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통상적인 이해에 따라 해석합니다.
그리고 해석이 두 가지 이상 가능하면, 조항을 만든 쪽, 즉 제공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합니다. 또한 표준조항과 따로 협상한 조항, 즉 비표준조항이 서로 다르면 협상한 조항이 우선합니다.
민법전 제498조
표준조항의 의미가 둘 이상으로 해석될 경우, 제공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됩니다.
표준조항과 개별 협상 조항이 다르면, 개별 협상 조항이 우선합니다.
이 규칙은 계약서를 내민 쪽이 애매한 문구로 유리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한국 기업이 기억할 점
중국 측이 “표준 양식이라 못 바꾼다”고 해도, 그 표준조항이 무조건 다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① 상대가 제대로 설명했는가 — 편입
② 내용이 지나치게 불공정하지 않은가 — 효력
③ 애매하면 누구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가 — 해석
다만 실무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다툼까지 가지 않는 것입니다.
표준계약서를 받으면 그대로 서명하기 전에, 나에게 불리한 조항을 짚어 협상해두거나, 따로 합의한 내용은 별도 조항으로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계약 이행 중 예상 못 한 사태, 즉 불가항력과 사정변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계약 실무 5]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