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약 실무 5]계약 뒤에 터진 예상 못 한 사태란? -전령현 변호사
등록일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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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계약을 맺은 뒤에 자연재해, 전쟁, 팬데믹,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처럼 아무도 예상 못 한 일이 터지면, 계약은 어떻게 될까요? 중국 민법전은 이런 상황을 두 가지 제도로 나눠 다룹니다. 불가항력(不可抗力)과 사정변경(情势变更)입니다.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성격과 효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계약을 끝낼 수 있는지”, “누가 판단하는지”가 달라집니다. 오늘은 이 둘을 나란히 놓고 정리해보겠습니다.
불가항력이란?
불가항력은 “예견할 수 없고, 피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을 말합니다(제180조). 세 가지 요건, 즉 예견 불가·회피 불가·극복 불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민법전 제180조
불가항력은 예견할 수 없고, 피할 수 없으며, 극복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입니다.
지진·홍수 등 자연재해, 전쟁, 경우에 따라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지진·홍수 같은 자연재해, 전쟁,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 등이 여기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불가항력의 효과: 책임 면제와 계약 해제
불가항력이 인정되면 우선 책임 면제가 문제됩니다(제590조). 불가항력 때문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 그 영향의 정도에 따라 위약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됩니다.
다만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불가항력이 생겼으면 즉시 상대방에게 통지하고, 합리적 기간 안에 증명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통지·증명을 게을리하면 불가항력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또 한 가지, 이미 이행이 늦어진 상태, 즉 이행 지체 상태에서 불가항력이 생긴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습니다(제590조 제2항). 늦장 부리다 사태를 맞는 경우까지 봐주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책임 면제: 불가항력의 영향 정도에 따라 위약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통지·증명: 즉시 상대방에게 알리고 합리적 기간 내 증명을 제공해야 합니다.
계약 해제: 불가항력 때문에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제563조).
둘째, 계약 해제도 문제됩니다(제563조). 불가항력 때문에 계약의 목적 자체를 이룰 수 없게 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사정변경이란?
사정변경은 계약의 기초가 된 조건이, 예견할 수 없었던 중대한 변화를 겪어서,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면 한쪽에게 현저히 불공평해지는 경우입니다(제533조). 다만 단순한 상업적 위험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결정적 차이가 나옵니다. 불가항력은 “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고, 사정변경은 “이행은 가능하지만 그대로 하면 너무 불공평”한 것입니다.
민법전 제533조
계약의 기초 조건에 예견할 수 없는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경우가 문제됩니다.
상업적 위험에 속하지 않아야 하며, 그대로 이행하면 일방에게 현저히 불공평해야 합니다.
불이익을 입은 쪽은 먼저 재협상을 요구하고, 협상이 되지 않으면 법원 또는 중재기관에 변경·해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정변경이 인정되면, 불이익을 입은 쪽은 먼저 상대에게 재협상을 요구하고, 합리적 기간 내에 협상이 안 되면 법원이나 중재기관에 계약의 변경·해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불가항력과 사정변경의 차이
예상 못 한 사태가 생겼다고 해서 언제나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그 사태가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이행은 가능하지만 그대로 이행하면 현저히 불공평한 것인지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불가항력: 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가 중심입니다.
주요 효과: 위약책임 면제 또는 계약 해제가 문제됩니다.
사정변경: 이행은 가능하지만 그대로 이행하면 현저히 불공평한 경우가 중심입니다.
주요 효과: 재협상, 계약 변경 또는 해제 청구가 문제됩니다.
따라서 어느 제도를 주장할 것인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자료와 대응 방식도 달라집니다. 불가항력은 통지와 증명이 핵심이고, 사정변경은 재협상 과정과 불공평성 입증이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이 기억할 점
예상 못 한 사태가 터졌을 때, 먼저 “우리 상황이 이행 불가능인가, 아니면 이행은 되지만 불공평한가”를 구별해야 합니다. 그에 따라 불가항력, 즉 면책·해제를 주장할지, 사정변경, 즉 재협상·변경을 주장할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불가항력을 주장하려면 반드시 즉시 통지하고 증명을 남겨야 합니다. 통지가 늦으면 정당한 불가항력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태가 터지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서면으로 상대에게 알리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정부 공고, 재해 증명, 물류 차질 자료, 현지 행정조치 문서 등은 가능한 한 빠르게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① 먼저 이행 불가능인지, 이행은 가능하지만 현저히 불공평한 상황인지 구별합니다.
② 불가항력은 즉시 통지하고 증명을 확보합니다.
③ 사정변경은 재협상 요구와 협의 과정을 서면으로 남깁니다.
④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을 미리 구체적으로 넣어둡니다.
또한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을 미리 구체적으로 넣어두면, 어떤 상황을 불가항력으로 볼지에 관한 다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 편은 [중국 계약 실무 6]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