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윤 변호사의 K-뷰티 칼럼]제13편. 제조물 책임과 안전 ①
등록일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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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윤 변호사의 K-뷰티 법률 솔루션] 글로벌 시장의 승자가 되는 법
Volume 5. 소비자 분쟁 및 제조물책임(PL)법
제13편. 제조물 책임과 안전 ①
징벌적 손해배상, K-뷰티 기업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결함 추정부터 OEM·ODM 브랜드사의 책임까지
도입: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책임을 져야 하나요?”
화장품 부작용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 가장 먼저 묻게 되는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책임을 져야 하나요?”
제조물책임에서는 이 질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정상적으로 제조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소비자가 일정한 사실을 증명하면 제품의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K-뷰티 기업의 제조물책임 관리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결함이 인정되는지, 누가 제조업자로 책임을 지는지, 사고를 인지한 뒤 기업이 어떻게 행동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화장품 PL 소송, 이제 ‘결함 추정’까지 대비해야 합니다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달리 피해자가 제조업자의 고의나 과실까지 직접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물책임에서는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핵심 판단 대상이 됩니다.
다만 제조물 자체에만 발생한 손해는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단순한 제품 환불·교환 문제와 제품 사용으로 신체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제조물책임 문제는 법적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조물은 일반 소비자가 제조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을 고려해 제조물책임 사건에서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법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른바 ‘텔레비전 폭발 사건’에서 대법원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지배영역에 속하는 원인에서 발생했으며, 통상 제품에 결함이 없다면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이 증명되는 경우 제품의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②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사실
③ 그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추정은 책임 확정이 아닙니다: 제조업자가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추정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화장품 사건의 반증 자료: 소비자의 기왕증이나 개인적 소인, 다른 제품과의 병용, 잘못된 사용방법, 유통·보관 과정의 변질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결함 등의 추정과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개정 규정은 2018년 4월 19일 시행 이후 최초로 공급한 제조물부터 적용됩니다.
따라서 사고 제품의 제조일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해당 로트가 언제 최초로 공급되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으며, 로트별 출하 기록은 단순한 물류자료를 넘어 어떤 제조물책임 규정이 적용되는지를 판단하는 증거가 됩니다.
OEM·ODM으로 생산했다고 브랜드사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는 브랜드사가 직접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OEM·ODM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이 말하는 제조업자는 실제 제조·가공·수입업자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제품에 자신의 성명·상호·상표 또는 그 밖에 식별할 수 있는 기호 등을 사용하여 자신을 제조업자로 표시하거나, 그렇게 오인할 수 있도록 표시한 자도 제조업자에 포함됩니다.
자사 상표 제품: 실제 제품은 ODM사가 만들었더라도 용기와 포장에 브랜드사의 상표가 표시되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면 브랜드사 역시 제조물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공급자 책임: 피해자가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제품을 영리 목적으로 공급한 자에게도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요청에도 상당한 기간 내 제조업자 또는 공급자를 알리지 않으면 공급자가 직접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대외책임과 내부 구상은 별개: 소비자에 대한 대외적인 책임과 브랜드사·제조사·원료사 사이의 내부적인 책임 배분은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제조사에게 책임을 넘기려 하기보다, 위·수탁계약 단계에서 품질관리와 데이터 제공, 조사 협조, 손해배상과 구상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 두어야 합니다.
화장품 결함은 세 가지로 나눠 봐야 합니다
제조물책임법에서 말하는 결함은 제조상·설계상·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같은 화장품 사고라도 어떤 유형의 결함이 문제되는지에 따라 기업이 설명해야 할 내용과 필요한 증거가 달라집니다.
제조업자가 제조·가공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품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되어 안전하지 않게 된 경우를 말합니다.
핵심은 “같은 로트의 다른 제품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된 제품의 이상이 제조 단계에서 발생한 것인지, 유통·보관·소비자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택했다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채택하지 않아 제품이 안전하지 않게 된 경우 설계상의 결함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제조물의 특성, 통상적인 사용 형태, 사용자의 기대, 예상되는 위험, 위험 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과 경제적 비용, 대체설계에 따른 제품 효용 감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화장품 기업에서는 특정 보존제나 향료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결함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성분의 위험성이 알려져 있었다면 다른 성분이나 처방을 검토했는지, 대체 처방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했다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아 제조물이 안전하지 않게 된 경우 표시상의 결함이 문제됩니다.
법원은 제조물의 특성, 통상적인 사용형태, 사용자의 기대, 예상되는 위험,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과 스스로 위험을 피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대표적으로 ‘콘택600 사건’에서는 PPA가 함유된 일반의약품 감기약 복용 후 사망한 사안에서 대법원이 설계상 결함과 표시상 결함을 모두 부정했습니다. 사고 결과가 중대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제품의 결함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화장품의 법정 표시사항을 모두 준수했다는 사실이 모든 표시상 결함을 자동으로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반복적인 이상반응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법정 표시 여부를 넘어 추가적인 경고나 표시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핵심은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았는가’입니다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소비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합니다.
사고 후 행동: 결함을 인지한 뒤에도 제품을 계속 공급했는지, 출하를 보류했는지, 자발적 회수나 피해구제를 실시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방치 여부: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기업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단순히 결함을 ‘알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클레임이 반복적으로 접수되었는데도 조사·평가·판단 기록이 없다면 단순히 “결함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품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는지 자체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 징후를 확인했고, 조사했고, 판단했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습니다.”
제조물책임에도 법정 면책사유가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가 일정한 사실을 입증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사가 특정한 처방이나 사양을 제조업체에 지시했다면, 그 지시의 내용은 향후 제조사와 브랜드사 사이의 책임 배분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제품개발 요청서, 처방 승인서, 원료 지정 문서와 변경 승인 이력을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법정 면책사유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물을 공급한 뒤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일부 면책사유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공급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개발위험의 항변 등을 포함하여 법률상 일부 면책사유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결론: 제조물책임의 승부는 ‘사고가 났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화장품 제조물책임에서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책임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에게 유리한 구조라고만 볼 수도 없습니다.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지면 제품의 결함과 인과관계가 추정될 수 있고, 실제 제조를 OEM·ODM 업체에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브랜드사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중요한 것은 결함을 발견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가입니다.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시장의 이상 징후를 관찰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사하고 판단하고 조치할 수 있는 체계를 평상시부터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그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