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경 변호사의 가사·상속 칼럼 4]외도한 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면 법원은 받아줄까?
등록일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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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한 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면
법원은 받아줄까?
처음의 잘못과 그 뒤의 시간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
아래 K씨의 이야기는 법률 설명을 위한 가상사례입니다. 본문에 별도로 소개한 대법원 판례와는 구별됩니다.
“외도하고 집을 나간 배우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이 받아줄 수도 있나요?”
“따로 산 지 6년이고 생활비도 받아 왔는데, 이제는 이혼을 막을 수 없나요?”
결혼 25년 차인 K씨의 배우자는 회사를 운영합니다. 6년 전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드러나자 배우자는 집을 나가 그 사람과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도 매달 생활비를 보냈고, 고등학생인 막내의 학비도 냈습니다. 지난달 K씨는 배우자가 낸 이혼 소장을 받았습니다.
K씨는 이혼해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혼인을 깨뜨린 쪽이 먼저 끝내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이혼하면 지금 사는 집과 생활비가 어떻게 될지도 걱정입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지난 6년 동안 두 사람이 직접 나눈 대화는 막내의 진학 문제 몇 번이 전부였습니다.
K씨를 대리한다면 저는 6년 전의 외도보다 ‘그 뒤 6년’을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법원은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와 함께, 그 뒤 각자 무엇을 했는지를 봅니다. 외도는 이 사건의 출발점이고, 법원이 이어서 묻는 것이 그 6년이기 때문입니다.
혼인을 깨뜨린 쪽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재판상 이혼사유를 정한 민법 제840조에는 ‘혼인을 깨뜨린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제한하는 이 원칙은 대법원이 제840조, 특히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해석하며 쌓아 온 판례입니다. 혼인을 깨뜨린 쪽이 상대방의 뜻과 이혼 뒤의 생활을 외면한 채 혼인에서 일방적으로 벗어나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1976년 혼인한 남편은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딸을 두고 2000년 집을 나가 그 여성과 살았습니다. 별거하는 동안 아내에게 매달 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보내다 2012년부터는 끊었습니다. 아내는 60대에 위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고, 혼인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별거가 15년을 넘겼지만 대법관 13명 가운데 7명이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고,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이 확정됐습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혼인이 이미 깨졌더라도, 깨뜨린 쪽이 그 사실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외도한 배우자는 언제나 ‘유책배우자’일까?
이 원칙이 적용되려면 먼저 이혼을 청구한 쪽에 혼인을 깨뜨린 주된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상대방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이지만(민법 제840조 제1호), 외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주된 책임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외도한 시기와 그때 혼인의 상태, 다른 파탄 원인이 있었는지, 그 뒤 두 사람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함께 봅니다.
2022년 대법원 사건의 부부는 1981년부터 함께 살며 회사를 키웠습니다. 남편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내연관계를 맺어 혼외자를 두었고, 아내는 2011년 이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2016년까지 회사를 함께 경영했고, 남편 주도로 아내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무렵부터 경영권과 재산을 둘러싼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가 6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원심은 내연관계에만 주목해 남편의 청구를 배척했지만, 대법원은 혼인을 끝내 무너뜨린 것이 그 뒤의 분쟁일 수 있고 두 사람 모두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109 판결). 외도가 혼인이 흔들린 계기였더라도, 무엇이 혼인을 끝내 무너뜨렸는지는 따로 따집니다.
예외는 ‘처음의 책임이 아직 남아 있는가’를 묻습니다
2015년 전원합의체는 원칙을 지키면서 예외도 정리했습니다.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뜻이 없어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청구하는 쪽의 책임을 상쇄할 만큼 상대방과 자녀를 보호하고 배려해 온 경우, 세월이 흘러 처음의 책임과 상대방이 받은 고통이 약해져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경우 등입니다. 이 사정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몇 년이 지났는가’가 아니라, ‘처음의 책임이 지금도 이혼청구를 막아야 할 만큼 남아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 않고, 생활비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상쇄되지도 않습니다. 법원은 처음 책임의 내용과 정도, 상대방이 받은 고통, 별거 뒤 각자 꾸린 생활, 이혼하면 상대방의 생활이 어떻게 되는지를 함께 봅니다. K씨의 배우자가 6년 동안 보낸 생활비와 학비도 그 가운데 하나의 사정입니다.
별거한 햇수에는 공식이 없습니다
몇 년을 따로 살면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다는 기준은 판례에 없습니다. 대법원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원심을 파기한 두 사건이 이를 보여 줍니다.
2004년 사건에서는 어린 자녀들을 두고 집을 나간 아내에게 혼인을 깨뜨린 책임이 더 크다고 인정됐습니다. 별거는 약 28년에 이르렀고, 아내는 그사이 다른 사람과 20년 가까이 살며 아이도 두었습니다. 남편은 그동안 아내를 찾아 나서 돌아오라고 설득했고, 재판 때까지도 재결합을 원했습니다. 원심은 긴 별거 등을 이유로 이혼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므1033 판결).
앞서 말씀드린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고 한 달여 뒤의 사건은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다른 여성과 오래 동거한 남편이 이혼을 청구한 사건으로, 원심 재판 때까지 별거가 16년을 넘었습니다. 원심은 남편이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청구를 배척했습니다. 대법원은 그사이 아내가 관계를 되돌리려 한 흔적이 없고, 남편이 아내와 자녀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배려를 했다면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질 의미가 줄었을 수 있다며, 남은 책임이 여전히 이혼청구를 막을 정도인지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므721 판결). 두 사건에서 대법원이 본 것은 별거한 햇수가 아니라, 그동안 각자 무엇을 했는지였습니다.
‘이혼하지 않겠다’는 말은 그동안의 행동으로 확인됩니다
2022년 대법원은 한 사건에서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를 보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남편이 2016년 집을 나가 낸 첫 이혼소송은 남편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그 뒤로도 별거는 5년째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만 되풀이했습니다. 원심은 아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남편의 두 번째 청구를 배척했지만, 대법원은 아내의 혼인계속의사를 객관적으로 따져 보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이혼을 거절하는 아내의 뜻이 진심인지 다시 살펴보라고 명했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대법원은 상대방이 법정에서 밝히는 뜻만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소송 중의 말과 태도로 혼인을 지키려는 의사가 있는지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대화를 거부하거나 법원이 권한 부부상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았다면, 그 뜻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혼하지 않겠다’는 말은 법정에서 하지만, 그 뜻은 그동안의 행동으로 확인됩니다.
같은 판결은 반대쪽도 짚었습니다. 상대방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하거나 연금·보험 같은 혜택이 배우자 지위를 전제로 한다면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데 신중해야 하고, 이혼을 거부하는 뜻이 이혼 뒤 자신과 미성년 자녀의 생활에 대한 걱정에서 나왔을 수 있다면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K씨가 걱정하는 집과 생활비가 바로 이런 사정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혼인 유지가 아이에게 주는 안정과, 부모의 분쟁에 아이가 계속 노출되는 해로움을 함께 봅니다. 자녀가 모두 성년이라는 사정도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예외가 받아들여진 사건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2020년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부부는 협의이혼과 이혼소송을 10여 차례 신청했다가 취하하기를 되풀이했고, 소송 중에도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미성년 자녀 둘을 키우던 상대방은 면접교섭을 거부했고, 1심부터 원심까지 부부상담도 양육환경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이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혼인을 유지하는 것이 자녀들의 복리를 해친다고 볼 사정까지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20므11818 판결). 예외를 연 것은 별거한 햇수가 아니라, 회복의 시도 없이 이어진 갈등과 그 사이 아이들이 받은 영향이었습니다.
이 판결도 원칙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2022년의 판결들 역시 원칙은 그대로 둔 채, 예외에 해당하는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원칙은 지키되 예외는 사건마다 꼼꼼히 따지라는 것이 지금 대법원의 기준입니다.
그 뒤의 시간을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상담에서 자주 받는 질문은 “상대방이 외도했는데 이혼이 될 수도 있나요?”와 “제가 잘못했어도 이혼할 수 있나요?”입니다. 저는 두 질문에 같은 순서로 답합니다. 외도가 언제, 어떤 상태의 혼인에서 있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뒤의 시간을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이혼을 거부하는 쪽이라면 관계를 되돌리려고 한 말과 행동(보낸 메시지, 상담 제안과 그 응답), 자녀의 면접교섭에 협조한 기록, 이혼하면 달라지는 주거와 생계, 배우자 지위로 받는 혜택을 정리합니다. 관계를 되돌리려 하지 못한 데 사정이 있었다면 그 사정도 적습니다. 이혼을 청구하는 쪽이라면 별거 뒤 보낸 생활비·양육비와 주거 지원, 이혼 뒤 상대방의 생활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것을 정리합니다. 어느 쪽이든 불리한 사정도 빼지 않아야 합니다. 외면한 약점은 결국 상대방의 언어로 법정에 등장합니다.
외도한 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면 법원은 받아줄까요? 원칙은 받아주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처음의 책임이 그 뒤의 시간과 각자의 행동으로 이혼청구를 막을 만큼 남아 있지 않다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거부하는 쪽도 청구하는 쪽도 그 시간을 기록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질문 8개 전체 보기 ↓
Q1.외도한 배우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낼 수 있나요? 답변 보기
소송은 낼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혼인을 깨뜨린 데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제한하는 것이 대법원의 원칙입니다. 예외는 그 책임이 이혼청구를 막을 만큼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입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지금 대법원은 원칙은 지키되 예외를 꼼꼼히 따져 보는 추세입니다.
Q2.배우자가 외도했다면 무조건 유책배우자가 되나요? 답변 보기
외도가 혼인을 무너뜨린 주된 원인이었는지를 따로 봅니다. 외도한 시기, 그때 혼인의 상태, 다른 파탄 원인, 그 뒤 두 사람이 지낸 과정을 함께 따집니다. 내연관계와 혼외자가 있었어도 그 뒤의 경영권 분쟁이 혼인을 무너뜨렸을 수 있다며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한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109 판결).
Q3.제가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혼을 막을 수 있나요? 답변 보기
법원은 그 말보다 그동안의 행동으로 혼인계속의사를 판단합니다. 관계를 되돌리려고 무엇을 했는지, 법원이 권한 부부상담에 응했는지 등을 봅니다. 다만 이혼 뒤 자신과 미성년 자녀의 생활이 걱정돼 거부하는 것일 수 있다면,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Q4.별거한 지 몇 년이 지나면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나요? 답변 보기
정해진 햇수는 없습니다. 약 28년을 별거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혼을 받아들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므1033 판결). 16년 넘게 별거한 사건에서는 반대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므721 판결).
Q5.생활비와 양육비를 꼬박꼬박 보내 왔다면 이혼이 허용되나요? 답변 보기
생활비와 양육비는 판단에 들어가는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처음 책임의 내용과 정도, 상대방이 받은 고통, 이혼 뒤 상대방의 생활을 함께 봅니다.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연금·보험 혜택이 배우자 지위에 달려 있다면 더 신중하게 판단합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Q6.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실제로 받아들여진 사례가 있나요? 답변 보기
있습니다. 여러 사정이 함께 인정된 경우입니다. 부부가 협의이혼과 이혼소송을 10여 차례 신청했다 취하했고, 상대방이 회복 노력 없이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등 혼인 유지가 자녀들의 복리를 해친다고 볼 사정이 있던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혼을 받아들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20므11818 판결).
Q7.유책주의는 이제 폐지됐다고 봐도 되나요? 답변 보기
아닙니다.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2015년 전원합의체는 7 대 6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 예외의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그 뒤 대법원은 예외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여러 차례 파기했습니다. 원칙은 지키되 예외를 꼼꼼히 따지라는 것이 지금의 기준입니다.
Q8.이혼이 받아들여지면 위자료도 받을 수 없나요? 답변 보기
위자료는 이혼 여부와 따로 판단합니다. 이혼이 받아들여져도 혼인을 깨뜨린 책임에 대한 위자료는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43조, 제806조). 유책배우자의 청구로 이혼한 뒤 상대방이 따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2억 원이 인정돼 확정된 사건이 2023년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관련 법령·판례
민법 제806조·제840조·제843조 |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므1033 판결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므721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20므11818 판결 |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109 판결
이 글은 2026. 11. 1. 현재 법령과 판례를 기준으로 합니다.





